어둡더냐, 살아가는 것이 쓰사리더냐. 적적하지는 않겠구나, 바람 속에 살을 씻기는 것을 보니. 회한도 후회도 없는 자가 있다면, 제 가죽주머니에 바람 새는 것을 모르는 것이거나 건너야 할 강을 다 건넌 사람이겠지. 추운 산맥 쪽으로도, 흐르는 강물 쪽으로도 남루한 몸을 숨길 곳이 없더냐. 그래서 너는 저 높은 곳에 네 표정을 걸어두고 바라보고 있느냐, 가장 높은 바람 위에. 여기 춥고 어두운 입춘날 저물녘을 폐사지 한 채 걸어가는 것이 보이느냐 보느냐, 나 또한 네 표정을 높이 걸어두고 바라보고 있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