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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이름:이소호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최근작
2023년 10월 <어떤 마음은 딱딱하고 어떤 마음은 물러서>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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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나는 ‘칠흑처럼 까만 밤이 쏟아져 내’릴 때까지 그녀의 글들을 붙잡고 있었다. ‘우리만의 비밀이’라고 적어둔 이야기들이 나의 이야기처럼 다가와서였을까. 시간순이 아닌 사건의 집합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기이하게도 불분명한 미래를 향하고 있어 아름다웠다. 내 손에서 펼쳐진 그녀는 ‘도시의 가짜 습지’에 뿌리를 내린 맹그로브처럼 ‘우리의 몸이 줄곧 이렇게 연약했는지’ 묻는다. 이 질문은 두 사람의 슬픈 시작이다. 나는 그녀가 젖니를 뽑고 난 그 틈에 끼어 한참을 읊조린다. 역시 가장 잊기 어려운 기억은 오직 몸으로 배운 것이었음을.
2.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6월 5일 출고 
『당신의 눈부심을 발견할게』를 읽기 전까지 나는 사랑을 몰랐다. 한 사람의 표정을 곰곰이 떠올리는 일, 고단한 일상에서 희망을 건져 올리는 일, 내 삶을 바꾼 타인의 면면과 거리의 윤곽을 더듬는 일 같은 것들. 그러니까 이 책은 바꾸어 말하면 나와 너와 우리의 삶을 스친 사랑에 관한 기록이다. 나는 네 명의 작가를 통해 사랑을, 내 사랑을 채운 구멍 난 일상을 다시 쓸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아닌 날은 없었다고 이름 붙이고 싶었다. 그래. 어쩌면 삶이란 애초에 이런 모양이었을지 모르겠다. 내가 버린 수많은 ‘지금’은 이토록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모양이었다는 것을.
3.
한국전쟁 이후 미국으로 넘어간 나의 가족을 닮은 조씨네 가족은 하와이에 정착한 한국계 이민자이다. 그들의 집안은 지금의 구성원을 갖기 위해 슬픈 역사를 끊어내며 살아왔다. 전쟁에서 전쟁으로 도저히 빠져나갈 곳 없는 DMZ라는 벽에서, 바다로 둘러싸인 섬으로. 그러니까 도망칠 곳이 없는 곳에서 다시 도망칠 곳이 없는 곳으로 떠나온 이 가족은 오늘 무엇을 빌었을까. 평화? 혹은 망각을. 적당히 타협한 한식으로 가득 찬 델리에서 벌레를 쫓는 독수리 여권을 가진 한국인 아버지의 삶이란 그런 것이니까. 나는 페이지 사이에 지어진 조씨네 가게에서 계란물을 묻힌 육전을 받아 들고 나온다. 우적우적 씹으며 필사적으로 생각한다. 너무 오래전의 일이라 쉽게 잊었겠지만, 사실 미치도록 아름다운 이 섬은 전쟁 위에 지어졌다고.
4.
사실 이 책은 작가가 마침표 뒤에 숨겨 둔 이야기들을 읽는 것으로 시작된다. 마리아나 엔리케스는 독자를 ‘읽는’ 자가 아닌 ‘몰래 듣는’ 자로 만든다. 고로 이 책을 펼쳐 버린 이상, 보통날 단 하나의 어긋난 사건으로 인생이 꼬여 버린 인물들을 수수방관하는, 절대적으로 나쁜 사람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이보다 더 생활과 판타지 사이에 불행을 밀착시켜 놓은 글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주의 사항을 미리 적는다. 이 책의 모든 페이지에는 작가가 파 놓은 구렁텅이가 있다. 나처럼 당신도 그 깊은 여운에 허우적거리다 잠겨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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