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의 말놀이, 있음에서 있음으로
"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오은이 3년 만에 발표하는 시집. "한 편 한편은 괜찮지만 한 권으로는 아니야 한편이 아닌 것 같아 대면하기엔 데면데면해 서머서머할 만큼 서먹서먹해"로 이어지는 말놀이. (<필요불충분조건> 中) 말은 다음 말로 건너가기 위해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다. 수면 위로 번지는 동심원의 궤적처럼, '편'은 또다른 '편'으로, '대면'은 '데면데면'하게 퍼져 나간다. 경쾌한 말놀이는 시가 본래 소리내어 읽는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몰라서 달콤한 말'들을 차곡차곡 꺼내 나열하는 동안, 경쾌한 리듬감이 시가 묘사하는 소외를, 고독과 두려움을 더 선명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다시 말하지만, 그러니까 결국 느낌이 중요해. 부자라는 사실보다 부자라는 느낌이, 살아 있다는 사실보다 살아 있다는 느낌이, 어색한 헛기침 백 번보다 시원한 재채기 한 번이. 생(生)보다 더 생생하고 쌩쌩하게 휘몰아치는, 흐느낌 밭은 바로 그 음(音)이!"(<느낌> 中) 같은 문장을 읽는 사이, 말놀이의 소리와 의미, 그 모두가 있음을 증명한다.
- 소설 MD 김효선 (2016.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