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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이름:강지영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 대한민국 경기도 파주

직업: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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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엘자의 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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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이 식사할 시간

작가의 말 기실 내 소설 밑천은 언제나 할머니였다. 전업 작가로 10년을 버텨낸 건 오로지 할머니의 기억과 어휘를 야금야금 파먹으며 시치미 뚝 떼고 원고지에 무탈하게 옮겨낸 덕이었다. 아마도 작가 후기에 할머니에 대한 글을 쓰는 건 이번이 마지막일 거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독자들에게만 마지막일 뿐, 나는 그녀의 삶이 끝날 때까지 곁에 붙어 앉아 열심히 주워듣고 집어삼키며 내 이야기의 밑천을 보존할 터이다. 그리하여 나도 내 글을 읽는 당신의 든든한 밑천이 되어주고 싶다.

굿 드라이버

한때 내가 강의했던 문예창작과가 폐과했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예술 전공과목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모양이었다. 은사들은 퇴임했고, 수업이 끝나면 몇 시간이고 뭉개고 앉아 책을 읽던 명동의 카페도 문을 닫았다. 내게 소설을 배운 제자들은 졸업 후에도 과제처럼 내게 메일을 보내온다. 안부를 묻거나 근황을 전하기도 하고, 습작품을 첨부하기도 한다. 인터넷뉴스의 기자 , 웹소설 작가, 무역회사 말단, 시민단체 활동가, 논술학원 강사, 여전히 무언가를 끼적이며 무언가가 되길 기다리는 그들에게 나는 여전히 교수님이고 동문이며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었다. 폐과 소식을 들은 뒤 비로소 제자들이 얼마나 내 인생의 귀한 손님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매해 소설을 출간하며 그들에게 생존 신호를 보내고 있다. 《굿 드라이버》는 한 시절 ‘유수현’이었던 내가 한 시절 ‘안다정’이었던 그에게 보내는 편지와 같은 작품이다. 이렇게 너희에게 안부를 묻는다.

굿바이 파라다이스

할머니는 요긴하다. 세월이 퇴적되어 만들어낸 광활한 지식의 삼각주는 이미 여러번 나를 곤경에서 구해냈다. 소재가 궁할 때마다 잠이 오지 않는 밤, 할머니와 한 이불을 덮고 발가락을 옴찔거리며 듣던 이야기들을 떠올렸다. 70여 년 전 동성을 사랑하다 비극적 최후를 맞은 한 여자에 대한 일화가 '그녀의 거짓말'의 소재가 되었고, 기괴한 태몽을 꾸고 장애아를 얻은 이웃의 실화에서 '하나의 심장'이 잉태되었다. 할머니가 70년을 살아온 고향집과 그 집을 둘러싼 수십 그루의 정원수는 '사향나무 로맨스'를, 그 집 마당에서 함께 뛰놀던 바둑이의 추억이 나 대신 '시선'을 써주었다. 그렇게 할머니는 내 손가락을 빌어 소설을 쓴다. 말하자면 나는 할머니의 대필작가인 셈이다.

살인자의 쇼핑목록

모든 작품 안에 나와 나의 가족, 그리고 친구와 제자들의 숨결이 깃들어 있다. 그들이 없었다면 나는 참 재미없는 사람이었을지 모른다. 이렇게 또 한 권의 작품집을 출간할 수 있게 도와준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살인자의 쇼핑몰

비로소 작년에야 제목만 지어놓은 소설을 원고지에 옮기기로 결정했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집으로 돌아와 작업을 시작하며 나는 흠칫 놀랐다. 생각보다 빨리 시놉시스를 완성한 데다, 습관대로 연습장에 캐릭터 스케치를 하는 데 별다른 막힘이 없는 게 신기했다. 아마도 나는 지난 10년간 아주 느리게 이 소설을 마음 어딘가에 끼적인 모양이었다. 어쩌면 정진만이라면 이렇게 말해줄지 모른다. “강지영, 잘 들어. 세상엔 너 혼자 만족하고 끝나는 일이 아주 많아. 그러니 스스로 한 약속을 지켰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져.” 오래 묵혔지만 낡은 이야기가 아니길 바란다. 짧지만 작은 이야기가 아니길 바란다. - 1권 작가의 말

살인자의 쇼핑몰

마감을 코앞에 두고 설정이 막혔을 땐, 왜 하고많은 장르 중 킬러들의 세계에 발을 디뎠나 후회하기도 했다. 하지만 빠져 나오긴 너무 늦었다. 기왕 들어온 무저갱이니 난장을 즐기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어둠에 눈이 익으면 사위가 구분되듯, 생각을 바꾼 지 한참 지나자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 2권 작가의 말

심여사는 킬러

그녀와 함께한 일 년 동안 우린 때로 손톱을 세우고 죽일 듯 상대에게 달려들었다, 어느 순간 서로의 등허리를 애처롭게 두드려주는 사이가 되었다. 마감에 쫓기고 있을 땐, 심여사가 내 목덜미에 식칼을 들이대는 것 같았고, 출간에 앞서 교정을 볼 땐 지친 내 어깨를 쓰다듬어주는 것 같았다. 우리는 친구이며, 원수이며, 동시에 모녀지간이기도 했다. 이제 심여사를 놓아줄 때가 왔다. 나도, 그녀도 행복해지기만을 바랄 뿐이다.

심여사는 킬러

뻔한 킬러 이야기가 싫어 중년 여성을 주인공 삼아 쓴 작품이 『심여사는 킬러』였다. 어느덧 내 대표작이 되었고, 첫 영상화 판권 계약의 기쁨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러고도 긴 시간이 흘러 심은옥은 어느 사이 내 안의 또 다른 자아로 자리 잡았다. 도무지 풀리지 않는 원고를 쓸 때, 결과가 뻔한 연재를 시작할 때, 청중이 드문 강연장에 들어설 때마다 심여사는 내게 잘 벼린 칼 한 자루를 건넸다. “고민한다고 뭐가 달라져? 이봐, 강 작가. 닥치는 대로 삽시다. 그게 늘 우리 방식이었잖아.” 친근하게 충고를 했다.

엘자의 하인

한때 우린 모두 누군가의 하인이었다. 그 자리가 영광스러웠다는 건, 주인이 떠난 뒤에야 깨닫게 된다.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면 기꺼이 하인을 자처하라. 엘자가 떠난 뒤, 후회하지 않게.

엘자의 하인

열린 부엌문 틈으로 강아지가 뛰어들어왔다. 누가 낳은 새끼이며 무슨 색이고 얼마만 한 크기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강아지가 뛰어와 순식간에 내 다리를 타고 부뚜막으로 뛰어 올라와 가마솥에 빠졌다는 사실만 몽타주처럼 남아 있다. 명이 짧아 그랬지, 할머니는 강아지를 커다란 양푼으로 떠내 감나무 아래 묻어주었다. 나는 사고를 막지 못한 죄책감에 자꾸 울었다. 올해는 왜 조청도 엿도 없냐고 물어볼 가족들에게 대꾸할 말도 찾지 못했다. 곁에서 할머니가 해준 말이 있었다. 얘, 인생은 말이다, 닥치는 대로 사는 거야. 우는 것만큼 가치 없는 일이 없어. 그땐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 작품을 개정하며 결말을 새로 썼다. 실은 계획하지 않은 일이었다. 개정 제안이 닥친 뒤에야 원고를 천천히 다시 읽고, 문득 그리고 언뜻 뭔가가 떠올라 실행했을 뿐이다. 이제야 할머니의 말이 뭘 의미하는지 조금 알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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