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데뷔 영화는 K. M. 페이튼의 TV영화 이며, 이어서 트레버 넌 감독의 <레이디 제인>을 촬영하다가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눈에 띄어 <전망 좋은 방>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었다. 그리고 1985년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전망좋은 방>과 <하워즈 엔드> 등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 두 작품 외에도 그녀는 <몬테리아노 연인 (Where Angels Fear To Tread)>, <모리스>까지 E.M포스터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네 작품에 모두 출연하면서 가장 영국적인 히로인이라는 이미지를 지니게 되었다.또 그녀는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 멜 깁슨 주연의 <햄릿>에서 오필리아, 케네스 브레너 감독의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에서 엘리자베스 등 고전적인 비운의 히로인 역할도 종종 맡았다. 1997년에 출연한 이안 소프틀리 감독의 <도브>로는 아카데미, 골든 글러브, 영화배우조합 최우수여우주연상의 많은 상에 노미네이션되었다. 이렇게 인정받는 연기력과 함께 그녀는 지적이고 고전적인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배우로 '영국의 장미'라는 애칭을 얻었다.그러나 1999년 헬레나 본햄 카터는 데이빗 핀처 감독의 <파이트 클럽>에서 기존의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어 엎는 과감한 변신을 시도한다. 함께 연기한 브래드 피트와 에드워드 노튼의 강렬한 연기에도 지지 않는 저력을 드러낸 그녀는 점차 고전에서 벗어나 더욱 다양한 영화에서 개성있는 연기들을 펼쳐나간다.특히 <혹성탈출>, <빅 피쉬>, <찰리와 초콜릿 공장>, <유령 신부>, <스위니 토드>까지 팀 버튼 감독의 영화들은 헬레나 본햄 카터를 고전미인 대신 개성파 배우로 인식시키는 데 큰 몫을 차지했다. 연인이기도 한 그와 함께 작업하면서 그녀는 신비한 '마녀'적인 이미지로 다시 태어나게 되고 '팀 버튼의 (여자) 페르소나'라는 새로운 별칭을 얻었다. (남자 페르소나는 조니 뎁)최근에는 영국의 유명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마녀 벨라트릭스 레스트랭 역으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등장하는 등 미국과 영국을 오가며 영화와 TV, 연극무대까지 장르를 초월하는 폭넓은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는 그녀의 행보가 앞으로도 흥미진진하게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