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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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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저자 > 문학일반

이름:권혁웅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7년, 대한민국 충주

직업:시인 문학평론가

최근작
2024년 2월 <세계문학전집>

SNS
http://twitter.com/hyoukwoong

그 얼굴에 입술을 대다

연작에 붙은 숫자는 시가 쓰인 순서지만 시의 배열은 몸이 일러 주는 순서를 따랐다. 바라건대 내 입술이 그의 윤곽을 제대로 더듬었기를.

두근두근

내 입술이 그에게 닿을 때 나는 입술이고, 내 손이 그를 만질 때 나는 손이다. 입술과 손은 내 몸의 일부가 아니라 전체다. 그 사람을 사랑할 때 나는 얼마나 많은 우주를 품은 것인지. 여기에 소개한 몸들은 그런 설렘과 떨림과 끌림으로 진동한다. 눈과 코와 입이, 손과 발과 몸이, 얼굴과 머리와 몸통이, 그리고 피부와 심장이 전부 다 당신을 향해 두근댄다. 소망하느니, 당신도 나와 함께 두근대셨으면. 우리가 그렇게 마주한 두 개의 우주였으면.

마징가 계보학

나는 오랫동안 달동네에 살았다. 내게 1980년대의 후반부가 독재와 민주화운동과 시의 시절이었다면, 그 전반부는 원죄의식과 주사(酒邪)와 첫사랑의 시절이었다. 나는 거기 살던 내내 언젠가 탈출기(脫出記)를 완성하겠다는 생각으로 살았다. 거기서 벗어난 지 십오년이 되었는데 이제는 그곳이 나를 벗어나려 한다. 그곳, 서울시 성북구 삼선동 일대가 재개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그곳의 소로(小路)들과 사람들과 삶을 복원하고 싶었지만, 그것의 탈출기의 내용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주름ㅡ사람들의 동선(動線)이 그어놓은ㅡ을 잔뜩 품은 어떤 장소에 관해서, 끊임없이 현재로 소환되는 사람들에 관해서, 겹으로 된 삶에 관해서 말하고 싶었다. 내가 기억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미래파

"나는 달을 가리켰는데 그대는 왜 손가락만 보는가?" 이 상투어구가 우리 시 비평계의 현실을 설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달이 초월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실체'라면, 손가락은 내재적이고 형이하학적인 '수단'이다. 과연 그런가? 비평은 가치평가에 이르러야 한다는 점에서 도리 없이 형이상학을 편들 수밖에 없지만, 손가락의 도움 없이 그곳에 이르는 길이란 없는 법이다. 나는 우리의 비평이 늘 주제론에만 편향되어 있는 현실에 문제가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분석 대신에 분류가, 해석 대신에 정의(定義)가 앞서는 게 현실이다. 주제론에 함몰되면 실질적인 작품 생산의 결과를 가늠하기보다는 작품을 낳았다고 생각되는 가상의 정신작용에만 주목하게 된다. 의도와 결과는 같은 말이 아니다. 분류와 정의에 따른 영역들, 이를테면 환상시, 여성시, 생태시, 몸시 따위는 시가 구현하는 혹은 시를 산출하는 내재적인 감각의 도움 없이는 제 영역을 확보할 수 없다. 최근 시에 대한 적지 않은 오독은 대개 의도의 오류라고 불러야 할 이 착란에 의해서 생겨난 것이다. 실제로 시를 낳는 것은 몸의 논리를 따라가는 바로 그 감각이다. 비평에서 가장 중시되어야 할 것이 이 감각의 논리를 재구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시를 몸으로 쓰는 것이라고 했을 때, 이 말은 비유적인 표현일 수 없다. 시인의 몸은 세상의 여러 자극과 정보를 받아들이는 수용기(受容器)이거나 공명통이다. 시에서의 관념은 그런 여러 감각에 대한 상위개념으로서만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관념을 우선해선 안 된다. 한 시인의 시란 그가 세상을 관통해오면서 몸에 기록한 여러 흔적들이며, 비평은 그 흔적의 넓이와 깊이와 모양을 먼저 측정해야 한다. 과격하게 말해서 시인론은 작품론의 총합일 뿐이며, 그 역일 수 없다. 비평은 무엇보다도 먼저 이 감각의 기술론이 되어야 한다. 이 책에 실린 글을 쓰면서 늘 이점을 의식했다. 감각이 어떻게 시를 낳는가? 그래서 앞의 말 역시 다음과 같이 수정될 필요가 있다. "나는 손가락을 가리켰는데, 그대는 왜 달을 보는가?"

미주알 고주알

혼자서 아끼던 책이 다시 빛을 보게 되어서 반갑고 기쁘다. 책을 쓰면서 새로운 글쓰기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물들’과‘ 동물들’에 관한 후속 작업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이 책 덕분이다. 몸을 이루는 지체들도 각자가 몸이므로 이 책은 ‘몸들’에 관한 이야기고, 몸이 향한 곳에 그대가 있으므로 이 책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사물들’은 세상을 향해 있고, ‘동물들’은 삶을 향해 있다. 이로써 ‘상상 이야기’ 3부작을 완성할 수 있게 되었다. 많지는 않지만 몸에 관한 이야기들을 조금 추가했다. 이번에도 편집자인 김민정 시인에게 신세를 졌다. 책을 다시 떠나보내니, 이번에는 세상에서 좀더 오래 겪는 운명이 되기를. 2014년 11월

생각하는 연필

이 책은‘ 사물들’을 호명한 글이며, 사물들에 관한 특별한 종류의 사전이다. 각 장의 표제로 올라 있는 한 사물이 다른 사물, 사람, 세상과 어떻게 연계되었는지를 밝히고자 했다. 한 사물과 다른 존재자들과의 연대를 밝힌다는 점에서 이 글은 유비의 지평을 품고 있으며, 이 지평선 너머에서 아마도 시가 태어날 것이다. 그러니까 이 글은 어떻게 보면 시작메모이고 어떻게 보면 산문시이며 다시 보면 그냥 에세이다. 오랫동안 새로운 방식의 글쓰기에 대한 매혹이 있었다. 그런 매혹이 이 책을 쓰게 한 동기라고 하는 것이 옳겠다. 2008년에‘ 몸’을 주제로 한 감성사전을 썼고, 2013년에는 ‘동물’을 주제로 한 감성사전을 냈다. 나는 혼자서 백과전서파가 되고 싶은 것일까? 이런 시대착오적 기획이 나는 좋다. 『풋』(2009년 봄~2010년 겨울), 월간『 문장 웹진』(2010년 1월~4월)과『 현대시』(2012년 3월~2013년 6월)가 귀중한 지면을 허락해주어서 글을 완성할 수 있었다. 고맙고 소중한 지면이었다. 편집자 김민정 시인과 또다시 작업할 수 있게 되어서 영광이다. 나보다 뛰어난 감성을 가진 편집자를 만나 행복했다. 언젠가 함께 책을 낼 수 있으면 좋겠다. 양군이 없었다면 버거운 연재 기간 동안 군데군데 구멍이 났을 것이다. 고마움을 전한다. 책을 쓰는 동안 식구들이 가끔 아팠다. 그때마다 사물이 대신 앓는 소리를 냈다. 나는 신비주의자가 아니지만 세상은 충분히 신비로웠다. 이 책이 읽은 분들 주변의 사물들에 귀를 기울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함께 엮여 있음을, 사물들이 세상을 촘촘하게 덮은 유비의 그물코임을, 그래서 한 사물을 들어올리면 세상 전체가 함께 딸려온다는 것을 행복하게 체험하는 경험이었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2014년 11월

세계문학전집

그가 그만둘 때, 그는 이미 되었으니 다시 되지 않을 것이라서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되었을 때, 다시는 그녀가 될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역시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3인칭은 무한했다. 이제는 또 다른 그와 그녀가, 그것들이 바글바글하다. 괜찮지 않다. 이렇게라도 숨을 쉬고 싶었다. 2024년 1월 권혁웅

소문들

시절이 달랐다면 여기에 실린 시들의 절반은 쓰이지 않았거나 여기에 실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모르겠다 그 나머지 절반이 나를 이끌어왔는지 아니면 그 절반이 나를 이끌어왔는지

시론

시를 읽고 쓰고 가르치면서 새로운 시론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기존의 시학 이론서들이 현재의 시들을 설명하는 데 별반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세상도 시도 너무 많이 변했다. 더욱이 새로운 세기에 들어서면서 그 변화의 폭은 더욱 커졌다. 시학의 분야에서만큼은 온고지신이 정답이 아니다. 지금의 시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예전의 시를 설명할 수는 있으나, 예전의 시를 설명하는 방식으로는 지금의 시를 설명할 수가 없다. 현재의 시가 열어가는 지평을 바로 그 시들에 의거하여 설명하고자 했다. 그래서 이 책을 한국 현대시의 현장에 대한 이론적, 실제적 탐색의 결과라 말해도 크게 잘못은 아닐 것이다. 이 책에서 나는 시학을 이루는 거의 모든 요소를 새롭게 정의하고자 했다. 그동안 시를 읽고 쓰면서 느꼈던 내 문제의식의 대부분이 이 책에 투영되었다. 그래서 이 책은 시론(詩論)이지만, 당연히 시론(試論)의 성격을 지닌 것이다. ‘각주 없는 이론서’라는 것은 불가능한 이상이어서, 실제로 이 책에도 많은 각주가 붙어 있다. 하지만 어떤 저자도, 어떤 문헌도 이 책에서 설정한 이론의 결정적인 준거는 아니다. 이 책은 자생적인 이론에 대한 오랜 꿈의 첫 결과다.

애인은 토막 난 순대처럼 운다

다섯번째 시집이다. 작심하고 정색하고 싸느랗고 싶지 않았다. 세속이 그 지극한 경지 안에서 스스로를 들어 올렸으면 했다. 그러자 가족과 이웃들이 내 눈꺼풀을 열고 안으로 들어와 살았다. 내게는 도돌이표 같은 시집이다. 영원히 반복에 처하는 운명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2013년 10월

태초에 사랑이 있었다

내가 이 책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점이 바로 이것이다 : 모든 신화는 사랑이다. 한 사람의 꿈을 움직이는 힘, 한 편의 시를 추동하는 힘도 그렇다. 이것은 사랑의 산화가 아니라 신화의 사랑에 관한 책이다. 신화에 숨은 몸의 논리를 분석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을 신화에 관한 정신분석이라 간주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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